오늘날 우린 매일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접한다. 과거 제대로 된 장난감은 해외에서 수입된 귀하고 비싼 물건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 어린이들은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뒹굴며 놀았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냉전이 끝났다.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유례없이 물질적으로 풍족해졌다.
다이소에서는 튼튼하고 디자인 좋은 우산이 2천 원대다. 유니클로에선 청바지가 5만 원대다.
맥도날드에선 점심시간에 빅맥 세트를 3천 원에 살 수 있다. 우리나라가 물질적으로 이만큼 풍족했던 역사가 과연 있었던가?
이제 부자와 대중이 누릴 수 있는 물질적 차이는 줄어들었다.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드 밖에 없는 듯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제품과 서비스가 흔해지면서 ‘명품’ ‘최고급’ 같은 단어가 남용되고 있다. 스스로를 포장해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30~40차종이 출시된다.
애태우다 한 번씩 제품이 나오는 시장이 아니란 이야기다. 자동차 역시 더 이상 귀하지 않다. 필수품에서 기호품으로 바뀌고 있다.
몇 달 전 포스코(구 포항제철)의 전직 최고 임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그 분은 포철 공채 0기다. 창업 멤버 가운데 한 명으로, 포항제철의 미래 기획을 정부와 함께 수립한 엘리트였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최첨단 기계는 결국 오래된 기계가 만듭니다.”
오래된 기계로 최신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실력 있는 사람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야 말로 최신 기계를 만들 수 있는 핵심요소인 셈이다.
그분은 덧붙였다. “최신 기계로는 중저가의 범용 제품을 만듭니다.
고가의 최신 제품은 오히려 오래된 기계를 통해 완성됩니다.”
진정한 명품(名品)은 제조사가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명품이라고 말하는 제품이 오히려 의문스럽다.
명품은 시장과 소비자가 인정할 때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이 명품을 빚어낼 수 있다.
명품을 만들기 앞서 명장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명장이 모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명품은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회사의 격을 높여준다.
결국 사람을 아끼는 회사가, 명품도 만들 수 있다.
|